대선 이후로 휘청거리던 민노당의 당원들이 우르르 탈퇴를 하고 그 시기와 맞물려 조승수 전 국회의원이 공동대표로 있는 '
새로운 진보 정당 운동'이 태어나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있다.
조승수 공동 대표는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17대 국회의원이었다가 선거법위반으로 물러난 양반이다. 선거법위반이라고는 하지만 상당히 억울한 점이 있던 사건이라 그의 치부로 들춰질 정도는 아닐 것 같고, 어쨌든 상당히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울산 지역에서 노동자로 출발해 시의원, 구청장을 하더니 결국에는 국회의원까지 완전 승승장구 인생을 걸어간 사람이다. 결코 돈으로 그자리까지 오른 사람은 아니다. 이 사람 얼마전까지도 자가용이 없었다(지금은 잘 몰겠다). 국회의원할 때 자기 매형이 자동차를 줘서 탄적이 있다가 그것도 얼마 안가 도로 반납했다던가? 아무튼 상당히 검소하고 성실한 사람인 거 같더라. 당시 총선때 한나라당이나 열우당에서 이 조승수를 모셔갈라고 무지 노력을 했다고 하니 울산지역에서 이 조승수란 사람이 얼마나 두터운 인기를 받고있는지 알만하다. 민노당에서 의원직을 상실한 이후로는 그동안 민노당 내의 무슨 연구원인가 하는 곳에서 조용히 지냈다고 들었는데 결국 이번에 일을 냈다.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민노당이란 노동운동만 열심히 하는 당으로 알고 있다. 이름부터가 그렇게 생겨먹었으니까. 그래서 국회위원 중에 몇명 정도는 민노당 의원있으면 좋은, 하지만 왠지 너무 많이 뽑아놓으면 불안불안한 그런 당 아닌가?
나는 X세대다. 하늘같은 선배들과 같이 투쟁같은 걸 한 적은 거의 없지만 심적으로는 그래도 동조를 하는 편이긴 하지만 뭉쳐서 뭘 하는 건 별로 안 좋아하고 서태지의 음악같은 락이나 류승완 감독의 영화같은 유쾌함이 좋은 세대다. 그래서 민노당 하면 왜 그런지 모르게 칙칙해보이고 NL이니 PD니 민중의례니 투쟁이니 '임을 위한 행진곡'이니 하는 말을 들으면 '웁쓰'하면서 '즐~'하게 된다. 그래서 심적으로 노사모의 유쾌함이 더 끌린다. 그들은 놀고 웃고 그런게 정치운동이랑 묘하게 잘 합체했다.
이번에 조승수 대표를 위시해서 수많은 진보관련 학자들이나 재야 운동세력들이 '새로운 진보 정당 운동'이란 걸 만들었다. 캐치프레이즈도 '보다
적색으로, 보다
녹색으로'란다. 홈페이지에도 가보면 맨 위에 적색과 녹색으로 상당히 칙칙하게 그 캐치프레이즈를 달아놓았다. 실력있는 웹디자이너가 없나보다. 이글루스 테마중에 아무거나라도 슬쩍해서 붙여넣지. 암튼 뭐 내용이 중요하지 그런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하는 심정으로 일단 회원등록을 하고나서 잘해보라는 심정으로 내 계좌번호까지 적어놓고 한달에 1만원씩 당원비를 내볼까 하다가 이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이걸 만들었을까 보고나서 당원비 내자고 먼저 게시판의 글들을 읽어보았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너무 '보다 적색으로'를 주장하기 보다는 포용력이 넓은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바라고는 있지만 촌스럽고 일반 시민들의 가슴에 별로 안와닿는 캐치프레이즈 만큼이나 과격한 민주화 투사들의 글들이 상당히 눈에 띈다. 글을 읽어가며 거듭 '웁쓰'를 연발하다가 브라우저를 닫아버렸다. 이 사람들 왠지 10년 20년이 지나도 맨날 똑같은 말만 늘어놓을 것 같다. 투쟁, 혁명, 노동자, 무슨 무슨 주의...
사실 '보다
적색으로, 보다
녹색으로' 캐치프레이즈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 노동운동 세력들이 시민운동 세력들이랑 형님 아우하며 친하게 지냈던 적은 없었다. 노동운동 세력들은 이 시민운동 세력을 뭐랄까.. 개량주의라고 생각하고 마뜩잖게 여겼던 게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캐치프레이즈는 나름대로 큰 성과라고 볼 수 있을거다. 녹색이란 게 그저 환경만 생각한다기 보다는 문화적인 것도 좀 더 시민세력에 맞게 바꾸어나가겠다는 의지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로 게시판 글을 읽어보면 여전히 어감상 거북하거나 낯선 운동권 언어들이 많고 '어렵다'. 그리고 딱딱하다. 설마 그들이 종북주의만 버릴라고 녹색칠만 겉에 두르고 새로운 당을 만드려는 것은 아니겠지? 근데 어째서 언어가 그렇게 꼰대스럽나.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그들의 언어가 X세대인 나로서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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