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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은 천사가 아닙니다 IT

표준, 영어로는 Standard입니다. 꽤 자주 듣는 말입니다. 그리고 왠지 이 '표준'이라는 말은 좋은 느낌을 줍니다.

표준은 무조건 좋다!?


20세기 초 외국으로 수출하는 항구에서는 수백명의 하역인부들이 트럭에 실려온 짐을 풀어서 도르래등으로 화물선에 싣고, 반대로 수입하는 항구에서는 거꾸로 화물선에서 짐을 내리는 복잡한 작업을 하는 게 아주 일반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당연히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모되었고 제품 손상과 손실이 잦을 수 밖에 없었죠. 그러던 것이 1955년 말콤 맥린(Malcom McLean)이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컨테이너를 사용하면서 이러한 풍경이 점차 사라지고 항만의 거의 모든 작업들은 거대한 크레인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이러한 컨테이너라는 엄청난 발명품은 오늘날의 자유로운 국제무역을 활성화시킨 핵심 기술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이 말콤 맥린의 컨테이너는 ISO에 의해 표준화되고, 이를 운송업체나 항만이 수용함으로써 국제 공통 표준이 마련됨으로써 그 유용성이 발휘되게 되죠. 이것이 바로 표준화의 힘입니다. 표준화 과정은 매우 매우 힘들지만 한번 표준화가 되기만 하면 효율성은 그 전과는 비교할 수가 없게 되는 거죠. 그렇게 보면 표준이라는 것은 편리하고 효율적이니, 무조건 좋게만 느껴집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나쁜 놈이잖아!

그렇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것은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면 자신이 불리한 데도 울며 겨자먹기로 약속을 지켜야만 하는 처지라면 그 약속이 정당할 수 있을까요?

도량형, 화폐, 언어, 의복 등등 우리 주변에는 의식하지도 못할 만큼 수많은 표준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국가 표준이거나 국제 표준인 것들이죠. 사실 예전에는 국가 표준이었거나 지역 표준이었던 것이 점차적으로 통합이 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는 표준으로 바뀐 것입니다. 그것을 누가 바꾸었을까요? 왜 바꾸었을까요? 어떻게 바꿀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표준을 만들고 강제할 수 있거나 강제하고 싶은 힘을 소유하고 싶거나 소유하고 있는 이가 시도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자가 바뀌면 이전 권력자가 가진 힘의 헤게모니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표준이 의도적으로 바뀌는 경우는 허다합니다. 표준이야말로 그 시대의 권력자의 유물인 것이지요.

비표준은 비표준사용자끼리의 유대감을 높여준다

우리는 같은 지역끼리 혹은 같은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끼리 훨씬 더 유대감을 높은 경우를 왕왕 접하게 됩니다. 이러한 유대감을 위해서 거지나 폭력집단같은 특수집단들은 그들만의 은어로 서로 통신을 하기도 합니다. 표준으로 소통이 불가능해서 은어를 개발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러 비표준을 만들어서 조직 내의 탄탄한 결속을 다지고 외부에서의 불필요한 개입과 관심을 가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결국 이 비표준이라는 것도 그들만의 표준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표준은 1등을 위한 장치이다

지금 세계 표준 언어는 영어입니다. 많이 약해지긴 했어도 세계 제 1의 강대국 미국이 영어를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표준이란 건 결국 1등이, 지배자가 제정하고 나머지 들러리가 보좌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영어 덕택에  아무래도 영어권의 기업들이 얻게 되는 장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전세계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 안달이 나있으니 기업하기가 참으로 편리해집니다. 이참에 영어뿐만 아니라 도량형과 경제체계나 정치체계, 통신체계등등 미국이 쓰고 있는 많은 표준을 국제 표준으로 만들면 좋겠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미국에서 생산하는 어떠한 것이든 그대로 외국에 팔아서 이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다! 표준은 1등이 80을 먹고 표준에 기생하는 들러리가 20을 먹는 장치다

갑자기 어떠한 약속이 1등에게 유리하게 표준으로 만들어지면 1등보단 못하지만 그럭저럭 1등과 맞짱을 뜰수 있었던 2,3등은 당혹스럽스럽습니다. 그동안 자신들이 만들었던 가치들은 다시 재가공을 해서 새롭게 만들어진 표준으로 변형해야하지만 1등은 기존의 방식 그대로 만들면 되니 가치가 그대로 보존됩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2,3등은 1등과 확연한 격차를 보이며 추락하게 됩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다시 추월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 1등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1등은 또다른 표준을 준비하고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서 다시 표준을 통한 헤게모니 장악만으로 가치를 창출하게 됩니다. 때문에 표준은 1등이 80을 먹고 나머지 별로 힘도 없는 들러리같은 한국같은 나라가 표준에 들러붙어 떡고물을 챙기는 방식으로 파이가 배분되기 쉽습니다.

힘을 얻으려거든 표준에 위배하라.

자신있으면 표준에 위배하길.. 같은 표준과 같은 기준으로는 1등과 겨룰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표준이 지키기 너무 쉬우면 또 쉬운만큼, 어려우면 어려운만큼 1등은 표준 내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을겁니다. 판을 깨서 자기 판으로 만들어야만 1등과 겨뤄볼만 합니다. 표준도 결국은 1등이 만든 시스템일 뿐이니까요. 표준보다 훨씬, 월등히 좋은 시스템이 있다면 시장은 혼란스러워 질 것이며 기회는 생기고 표준은 바뀝니다.

WIPI를 비난하지 마셔요

어떻게든 모바일 시장의 헤게모니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안쓰럽기 그지없는 대한민국의 작은 시도였습니다.

Internet Explorer만 나무라지 마셔요

다른 웹브라우저도 Internet Explorer같은 시장 위치였다면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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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미스트 2009/02/25 05:33 # 답글

    소위 '표준'이라는건 그 외의 것을 죽이는 행위이기도 하죠. ㅠ_ㅠ
  • 참깨군 2009/02/25 07:43 # 삭제 답글

    넷스케이프가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가지고 있을때 펼쳤던 수많은 개삽질들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1인 입니다.

    넷스케이프가 외면받고 쓰러지자 IE가 웹브라우저 시장에 군림하게 되지만, 넷스케이프와 똑같은 짓 반복하더군요. -_-;;
  • imc84 2009/02/25 11:23 # 답글

    "표준은 1등을 위한 장치이다"와 "Internet Explorer만 나무라지 마"시라는 말씀은 이율배반같군요.
  • 두렁청해 2009/02/25 16:32 # 삭제 답글

    다른 웹브라우저도 Internet Explorer같은 시장 위치였다면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 이 이유가 IE가 시장에 미친 악영향을 정당화시켜주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 lyn 2009/02/25 17:41 # 삭제 답글

    뭐, 그런 패러다임으로 보시면, 표준은 마냥 나쁘겠네요. 기껏해봐야 지배 집단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불과할 테니까요 ㅡㅡ;
  • Yozz 2009/02/25 18:24 # 답글

    lyn: ^^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과격했나봐요. 표준은 나쁘지도 좋지도.. 가치중립적인 약속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두렁청해: 저는 IE가 시장에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 모두를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시장 약자나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악영향을 더 강조할 것이고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좋은 영향이 더 강조되어 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imc84: 사실 1등이 표준을 만든다가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조금 억지같은 말이기도 하지만 이율배반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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