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직은,에서 벗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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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플리너 혹은 1인창업을 작정하고 다시 개발을 시작한지 1년 4개월. 거의 분기마다 서비스를 오픈하고 운영하지만 선뜻 누구에게도 개발자로써 창업가로써의 나를 소개하기 보다는 취미로 끄적이는 사람 정도로 표현하는게 익숙해졌다. 2023년 전이었다면 뭔가를 만들고 오픈한 것만으로 자랑할만 일이고 새로운 지식을 알게되서 그것을 공유하는 것은 그 자체로 가치있는 일이었지만 이 모든 게 매우 저렴해진 세상에 무언가를 만들고 알게된 것은 더 이상 자랑이 아니라 그저 취미정도일 뿐이다. 새삼 그런 것을 자랑하는 사람들 덕분에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알게되서 감사하지만 결국 이젠 뭘 만들고 상상을 하고 아느냐가 아니라 그래서 어떤 가치를 증명했는지가 최소한의 창업의 시작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1년 4개월 취미인이 아닌 그래도 좀 뭔가 지속가능한 증명된 걸 하는 사람이 되보려고 노력했다.

1년 4개월간의 여정을 돌이켜보면 사업 아이템 관점에서는 대부분 실패에 가까운 성적이지만 그럼에도 굳이 남은 것을 꼽자면 아무래도 ‘1인창업인에게 어울리는 사업의 범위나 방향이 있다’는 것이다. 딸깍하면 카톡도 만들고 윈도우OS도 만들 것 같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AI는 사용자의 능력을 증강시키는 것이지 없는 능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가 볼 수 있는 깊이 만큼만 증강시켜줄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깊이있게 볼 수 있거나 관심있게 볼 영역을 잘 선택해야하고 사업의 규모도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 만족해야한다. 이 규모가 애매한데, 이것은 직접 부딪혀봐야 알 수 있다고 본다. 즉 실패를 반복하여 자신에게 맞는 방향과 힘의 크기를 적절하게 튜닝해야한다.

1년 4개월간 주변에서 2023년 이후에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분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유튜브를 보면 딸깍으로 서비스 만들어서 대박된 비결을 소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그런 능력있는 분은 현실 세계에서는 보질 못했다. 그리고 성공했는데 굳이 강의를 만드는 그 숭고한 마음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유형이 둘이 있는데 첫번째는 AX 사업이다. 나는 AX와 SI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두번째 유형은 AI SOTA모델의 래퍼서비스나 하네스 사업을 하는 유형이다. 이건 뭐 거의 분기마다 일어나는 AI 대 격변의 시대에 하루살이와도 같은 삶을 살다가 가는 유형들이다. 두가지 유형 모두 ‘그래도 아직은’의 논리로 사업을 접근한다. ‘그래도 아직은 AI를 잘 모르는 기업고객이 많다’와 ‘그래도 아직은 내가 가진 도메인경험이 AI에게는 필요하다’와 같이 ‘그래도 아직은’의 비즈니스이다. 그리고 그 ‘아직은’의 유통기한은 우리 예상보다 항상 빨랐고 가속도의 기울기는 여전히 가파르다.

과연 IT기술은 더이상 사업의 핵심 드라이버가 될 수 없는가? 변화 가속도의 기울기가 여전히 가파른 현 시점에서 대답은 Yes. 과감하게 ‘그래도 아직은’의 미련에서 벗어나야한다. ‘그래도’를 말하기보다 ‘그래서’를 말하며 이 가파른 곡선의 끝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려고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