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동을 떠나며

» life

동네 슈퍼에 쓰레기봉투를 사러 가는데 어떤 할머니가 슈퍼를 나오면서 슈퍼밖의 진열대에서 귤 한봉지를 슬쩍 하면서 가신다. 암만봐도 도둑질이길래 슈퍼 사장님께 말씀드리니, ‘어~ 저 할머니 또 그러시네. 아휴 속상해.’ 하면서도 웃으며 굳이 뒤쫓질 않는다. 아니 무슨 이렇게 물러터진 사장님이 있는가? 내가 이 동네에 이사온 10년 전에도 있었던 이 슈퍼는 외상이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 외상거래 정리해달라는 메모가 가게 밖에 붙는다. 남들은 중국인이 많이 산다고 무서워하지만 내게 이 곳 구로동은 서울에 몇 남지 않은 큰 재래시장(남구로시장)이 있는 곳이고 잘살고 못사는 사람이 섞여 사는 동네같은 동네이다. 이제 내일이면 서울을 떠나 인천 청라, 아파트만 허용된 곳으로 간다. 1990년대를 살다가 갑자기 21세기로 점프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