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진화를 위한 몰입의 재발견

» life

몰입의 재발견

10점

특정 사안에 대해 몰입하자. 그러면 생산성과 만족도가 극대화될 것이다. 그것도 아주 아주 많이.

만약 위의 문구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박사가 국내에 소개된 책 ‘몰입의 즐거움’에서 강조하려던 내용의 핵심이라면 ‘몰입의 재발견’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을 둘러싼 수많은 거짓된 것들을 걷어내고도 삶 전체를 지속적으로 몰입하듯 즐거움을 느끼면서도 그것이 인류의 진화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

참 쉽지 않은 주제를 그래도 이정도로나마 이해될 수 있을만한 내용으로 풀어낸 건 미하이 교수의 입담이 아니면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나의 아내는 내가 이런 이야기를 잠자리에서 하는 것을 좋아한다. 잠들기 딱 좋은 주제이므로. 그래서 완벽한 자장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있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라고 강조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현대의 삶은 팍팍하다. 이데아가 사라져버린 현대에는 두가지 삶이 존재한다. 여전히 무언가 과거의 신념을 붙들거나 아니면 체념하고 살거나.

이 책에서 저자는 말한다. 모든 과거의 그릇되었고 낡아버린 것들과 작별하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희가 넘치고 희망적인 미래는 모색할 수 있다고.

책은 1,2부로 나뉘는데 1부는 과거의 것과의 안녕을 다루고 2부는 희망찬 미래를 이야기한다.

사실 1부를 읽을 때에는 거의 부들부들 떨면서 읽었다. 아니 어쩌면 이렇게 내가 그동안 혼자 몇달 몇년을 고민하는 주제를 이토록 재밌게, 자세하게, 다양한 내용으로 풀어낼 수 있더란 말이냐. 진실로 진실로 흥분하면서 읽었고 살아 있어서 이 책을 읽고 있다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아~ 2부에는 뭔가 멋진 해결책이 나오려는건가? 하면서 읽어나갔다.

물론 2부가 실망스러웠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1부에서 기대가 워낙 컸던 탓인지 2부는 조금 시들하기는 했다. 저자는 일단 1부에서 열거했던, 우리가 걷어버려야 하는, 진실을 보지 못하게 하는 여러가지 것들 즉, 유전 명령과 문화와 자아에 대한 오해를 벗어버리는 훈련을 하고서 진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제안한다.

이 책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진화는 가장 중요한 절대 가치로 등장한다. 진화를 위해서라면 새로운 시대의 신념도 마련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을 통해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의 신념도 세울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사회 전체가 보다 진화의 관점에서 올바른 몰입의 구성원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올바른 진화의 척도로서 복합도라는 개념이 제안되고 이것은 단지 유전자적인 진화에 대한 평가 뿐만 아니라 밈과 같은 영역이나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모두 적용 가능한 개념이다.

일단 진화라고 하는 거대한 흐름을 갖고 개개인이 사명감이나 능동적인 희망을 갖고 그 모든 베일을 벗어버리고 스스로 선택한 무언가를 통해 자아를 계발하고 더 나아가 진화에 기여한다는 것은 너무 거창한 일이다.

게다가 진화라는 것은 그렇게 개개인의 의식적인 노력과 판단으로 성취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개개인이나 사회가 어떤 사안을 놓고 매번 ‘이건 복합도가 높으니까 선택해야지’하며 진화에 이로운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은 무리다).

더구나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은근슬쩍 세상이 소수의 리더에 의해 많은 부분 진화하여 왔다는 의식을 내비치는데, 은근히 거슬리는 면이 없잖아 있다.

몇가지 의문시되고 실망하는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내가 평소에 품고 있던 결론과 크게 다르지는 않고 더 깊은 이야기를 담고있어 만족스러운 책이고 많은 부분은 내가 스스로의 신념과 가치를 만들어 가는데 좋은 지침이 될 것으로 보여 두고두고 곁에 있게 될 책으로 생각한다. 정말 간만에 읽을 맛이 나는, 행복한 독서 시간을 만끽하게 해준 책이었다.

이러한 문제 제기를 통해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 많이 있는지 모르겠다. 있다면 어떠한 것이 있는지, 그런 학문은 무엇인지, 정보를 조사해서 혼자만의 고민이 아닌 앞선 이들의 생각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었다. 참으로 감사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