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이 프로젝트를 산으로 가게 한다
얼마 전 차세대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모 사이트에 잠깐 들러서 일을 한 적이 있다. 1년 가까이 빡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통에 사무실을 들어서자 마자 뭔가 그런 곳에서만 맡을 수 있는 묘한 포스를 느꼈다. 항상 그런 곳에서는 사람들의 눈빛과 얼굴빛 그리고 책상과 보드판을 살펴보게 된다. 누렇게 뜬 얼굴과 충혈된 눈, 업데이트가 되어있지 않은 일정 상황판, 퀘퀘한 냄새… 이것이 장기 프로젝트에서 흔히 보게 되는 사무실 모습이다.
장기 프로젝트는 거의 언제나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만드는 것같다. 그것은 나의 느낌뿐만 아니라 많은 선배들의 책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길면 길수록 프로젝트는 산으로 간다. 내가 갔던 그 사무실의 프로젝트도 산에 가있다고 사람들은 하소연을 하고 있다. 일정은 자꾸 지연된다. 거의 모든 장기 프로젝트에서 듣게 되는 하소연들…
당신이 어느 프로젝트에서 아키텍트가 되어 설계를 한다면 최대한 완벽을 기하려 할 것이다. 어떻게든 처음 설계할 때 모든 게 완벽하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실패를 보장한다. 너무나 완벽해서 더이상 변하지 않는 설계면 누구나 해피하겠다. 개발자, 고객, 설계자 모두가 해피하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질 않은가?
그런데 문제는 현실이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실수와 변경과 잦은 재설계와 완벽할 수 없는 사람의 특성을 인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고객과 설계자와 그 외 모두는 그것을 잘 인정하지 못한다. 그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인정하지 못한다. 애초에 설계했던 사람은 어떻게든 자신이 처음 설계한 것에서의 잘못을 잘 인정하지 못한다. 자존심때문이다. 인정하는 순간 고객은 꼬투리를 잡는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설계에 고집을 부리는 순간 프로젝트는 점점 산으로 간다.
기민한 개발과 설계가 중요한 것은 누구나 알고 있고 적용하는 것 역시 좋은 효과를 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현실적이기 어려운 이유는… 설계는 바뀌고 상황은 바뀌고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이해를 모두가 하기 어려운 프로젝트의 특성때문이 아닌가 싶다.
댓글
Lohengrin · 2008/10/17 13:05
흠 지속적으로 변하게 마련인데 장기 프로젝트의 경우는 그로 인해 기일이 잘 안 지켜지는 등의 여러가지 불확실성을 많이 내포해서 그만큼 어려운것 같아요
써니 · 2008/10/17 14:45
공감합니다. 그런 은행권 프로젝트 6개월 하다가 건강 망치고 도망쳐 나와서 3달동안 일도 못하고 쉬었습니다. 그리고, 설계자들이 과오를 인정 못하는 중요한 이유는 첫번째 문제가 드러나고 인정하면 당장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 두번째, 우리나라에서 그런 과오를 가진 사람은 즉시 안좋은 소문에 휩싸여서 재기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제가 그 두가지를 모두 떠안고 때려친 사람입니다. (그래도 잘 살고는 있습니다만… SI로는 다시 못가겠죠. ^^)
Yozz · 2008/10/17 20:52
써니: 예. 처음 설계자는 언제나 나중 설계자에게 공격할 빌미를 제공할 수 밖에 없는 듯 합니다. 하지만 프로젝트라는 게 그렇지가 않은데 말입죠. 결국 SI프로젝트는 막장이라는 것으로 또…ㅜㅜ
cavin · 2008/10/24 16:30
잘못을 인정할 수 있고 사람을 탓하지 않고 잘못된 일을 개선하는 문화가 참 중요한 거 같아요. 해결하기 위한 노력보다 누구 책임이다만 찾는 분위기가 되면 사실이 은닉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프로젝트는 먼 산이네요.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