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세대로부터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이름없는 세대


얼마전 이 ‘88만원 세대’를 읽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내심으로는 ‘내가 적어도 여기 나오는 세대는 아니구나, 막차탄 X세대구나’하는 안도감을 느꼈고(아 이 소시민적인 생각하고는…) 신자유주의의 높은 파도를 막연히 걱정만 했지 그것이 실제로 어느 세대에게 가장 큰 위협을 줄 것인지는 생각조차 못했었다. 한 때는 비정규직 시행에 가장 반대하고 시위해야할 대학생들이 오히려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를 찍는 현상을 보면서 그들의 사회와 정치에 대한 무관심에 실망했으나 이 책을 읽고 보니 그들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나보다 10년이나 어린 학교 후배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들의 현실을 알고 싶었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사실 나와 세대차를 느낄 수 없을만큼 비슷했다. 하지만 딱 하나 다른 점이 있었다. 그들은 정말 완전히 파편화되었다. 세대 내의 연대는 말할 것도 없고 같은 학교, 같은 과 내에서 조차 연대의식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신입생시절부터 오로지 중요한 건 취업. 그럼에도 그들이 준비하는 것이라고는 결국 영어와 학점.내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취업문은 좁아져 있었다. 과장을 좀 보태면 삼숑전자 정도는 다른 데 취직할 곳 없을 때 갔었는데 이제는 그곳조차도 거의 열려져있지 않다.그들은 이런 현상이 그저 학교의 레벨이 점점 낮아져서 생기는 게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학교레벨이 불과 10년만에 똥통학교로 전락할 리가 없지 않은가?이 책을 읽기 전에는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몰랐다. 그런데 이제는 그들도 이 책을 읽고 진실을 알 때가 온 게 아닐까?
현재 대한민국에는 경제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보통 4가지의 세대가 존재한다.
- 유신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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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세대로서 박정희가 집권하여 전두환시절까지 청년시절을 보냈던 이들이다. 이른바 독재정권 하에서 30년간의 호황을 겪었던 세대이고 유신정권을 당연시 했고 국가와 민족 앞에 충성을 다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던 세대이다. 그들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여 국가 경제에 이바지했고 사우디에, 서독에 가서 외화를 벌어온 세대이다. 피와 땀으로 보릿고개 한번 면해보자고 살아왔던 세대. 사회가 민주화되고 IMF를 겪고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통해서 자신들이 그동안 살아왔던 방식이 조금은 ‘잘못된’ 것이었다는 분위기에 피해의식을 느꼈으며 결국은 이명박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를 통해 그것을 만회해보고자 하였다. IMF를 통해 상당수의 유신세대가 평생직장이라고 생각되던 조직에서 밀려나면서 사회적 약자로 들어오면서 지난 날의 향수에 젖어 박정희시대의 저돌적인 정치체제를 그리워한다. 그들의 자식은 현재 88만원 세대.경제를 변화시킨 세대
- 386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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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책을 읽고 혁명을 꿈꾸었던, 가장 세대적으로 잘 뭉친 세대. 한국의 68혁명세대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30대 국회의원들을 배출하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가를 경영하는데 깊숙히 관여하기도 했다. 이들은 벤처열풍에서는 전면에 나서서 과실을 얻었고, 막차로 합류한 ‘제대로 된 직장’에서는 강성귀족노조를 일궜다. 원정출산의 1세대이며 조기 사교육 열풍의 진앙지이다.정치를 변화시킨 세대
- X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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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에서 97학번쯤 되는 약 5년간 반짝 등장했던, 일명 서태지 세대. 선배들이었던 386세대보다는 지적인, 의식적인 면에서는 부족하지만 문화적인 면에서는 천편일률적이던 대한민국에 새로운 생산자로서 등장한다. 그들은 서태지를 통해 과거와는 다른 그들만의 새로운 음악과 문화를 스스로 재창조한다(서태지와 아이들, 박진영, 듀스, 류승완, 장진 등등). Kino를 통해 그들만의 언어로 영화를 이야기하던 세대. PC통신을 접하고 인터넷 1세대로 불리운 세대. IMF를 사회초년시절에 겪었지만 곧이어 벤처열풍 속에서 새로운 사회 진출로를 찾기도 했다. 그들은 어찌되었건 88만원 세대보다는 덜 자본에 종속되었고 386세대보다는 덜 의식화되고 연대감이 떨어지는 세대. 386이 닫으려고 하던 ‘제대로 된 직장’이라는 열차에 겨우 겨우 합승하였거나 혹은 참여하지 못하고 백수클럽에 들어간 매우 매우 어중간한 세대. 386이 떨어뜨린 빵쪼가리를 맛볼 수 있는 세대이다.문화를 변화시킨 세대
- 88만원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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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혹은 세계적 기류에 의해 열려져버린 승자독식의 게임판에서 여성, 저학력층과 함께 가장 힘없는 약자로 위의 세대와의 경쟁에 뛰어든 세대. 유신세대를 부모로 둔 덕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없이 자랐고 386세대를 삼촌뻘로 둔 덕에 민주주의적 사회 환경에서 컸고 X세대 형님뻘을 둔 덕에 문화적으로도 다양성을 맛봤다. 그래서 생산보다는 소비에 익숙하고 중독된 세대. 윗세대들이 생산한 상품을 소비하는 세대. 연대의식이 전혀 없는 세대. 윗세대들보다 훨씬 영어를 잘하고 신체 조건도 좋고 공부를 많이 했으나 윗세대들이 다 차지해버린 밥상에서 더 이상 차지할 게 없어 하루 종일 인사만 하는 아르바이트만이 그들의 몫인 세대.
결국 유신세대, 386세대, X세대가 모두 힘없는 88만원 세대를 쪽쪽 빨아먹으며 그들의 밥그릇을 유지하고 있으며 88만원 세대는 죽을 때까지 사회적 약자로서 살게 될 가능성이 높다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88만원세대가 가진 문제점을 정말로 예리하고 통찰력있게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늘어놓는다.
첫째, 88만원 세대 내부적인 해결책이다.그들은 어떻게든 연대해야만 한다. 유럽이 오늘날 이뤄논 여러 사회안전망 장치는 그냥 만들어진게 아니라 그것이 가장 절실했던 젊은 세대가 스스로 연대해서 쟁취한 것이다.
둘째, 88만원 세대 외부적인 해결책이다.유신세대와 386세대가 거머쥔 밥상에 88만원세대가 숟가락 얹을 수 있게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더 정확하게 해결책을 정리하자면,결국 88만원 세대가 겪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지만 이것이 녹록하지 않을 경우에는 결국 88만원 세대 스스로의 연대를 통해 쟁취해야만 한다는 것을 책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그들이 정치와 사회와 연대와 나눔과 생산적 문화에 관심을 두지 않은 사이, 그들의 윗세대는 그러한 그들을 착취해왔다. 어느 세대도 88만원 세대가 가진 문제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88만원 세대는 애들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징그러운 어른이다. 책에서는 그들이 침묵하는 세대로, 착취당하는 세대로 기억되지 않기 위해 여러 대안들을 내놓았지만 결국 행동은 88만원 세대라고 윗세대로부터 불리어진 그들이 해야할 것이다. 88만원세대, 혹은 학원인질 세대여 토익책을 버리고 짱돌을 들어라.
댓글
tico · 2008/02/09 08:07
연대….모르겠다..ㅎㅎㅎ 체질적으로 그 자체에 대해서 거부감이 드는건 왜 일까..쩝;; 결국 사는 길은 윗 세대를 몰아내는 것뿐..ㅋㅋㅋㅋ 빨리 뒈져라 빨리 은퇴해라 빨리 꺼져라..ㅎㅎ 뭐 이런 극단적인 상황으로 휘말리기 싫음 알아서 해줘야 하지않을까??ㅎㅎㅎ탐욕에 영혼을 팔지 마시길..^^
Yozz · 2008/02/09 08:24
사실 어떻게 보면 한국사람 자체가 제대로 올바르게 뭉치는 것 따위를 잘하는 민족이 아니잖아요? ^^ 뭉쳤다 하면 결국 학연 지연 혈연 이었죠.. 언젠가 쾅 폭발할 날이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