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XML vs ODF를 읽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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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굴지의 프린터 회사 중에 HP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전세계 프린터 회사 중에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고 가장 훌륭한 기술 역시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HP라는 그 멋진 회사가 어느 날 갑자기 A4나 B5같은 우리 익히 쓰고 있던 문서 크기 표준 말고 C1,C2,C3,C4 라는 새로운 문서 크기의 양식을 발표합니다. 오오 놀라워라. 이건 이제까지의 A나 B시리즈보다 읽기가 훨씬 편리하고 문서화나 저장용으로도 지난 날의 표준을 압도하는 발명품이네요.
HP는 몇몇 작은 회사들과 같이 ISO에 표준으로 C시리즈를 제안하고 HP의 모든 프린터를 C시리즈에 최적화되도록 제작합니다. 처음 몇년은 크고 작은 혼란을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겪었으나 결국은 기술적으로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HP에 힘입어 조금씩 C시리즈가 A나 B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쓰이기 시작합니다.
대한민국은 정부 표준으로 이제 C시리즈를 문서 크기표준으로 선정합니다. 어차피 C시리즈도 국제표준이라고 하므로 문제없을 거라 생각한 겁니다.
그런데 C시리즈를 다른 프린터 업체에서도 조금씩 적용해나가고 있을 무렵, HP는 C시리즈의 새로운 버전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이미 HP에 영향을 받고 있는 ISO나 표준선정 기관에서도 이 새로운 C시리즈를 표준으로 인정합니다. 정부입장에서는 국제 표준이라는 것이 결국 HP 한 업체에 의해 좌지 우지되는 것이 못마땅하기는 하지만 이미 정부의 거의 모든 문서들이 C시리즈 형식으로 된 마당에 어쩔 수 없이 새로운 C시리즈의 표준을 따라 기존 정부 문서들도 새로운 C시리즈의 표준에 맞게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변경해야만 했습니다. 어쨌든 기술적으로는 HP가 훌륭하고 새로운 버전의 C시리즈가 분명 기존의 C시리즈보다는 진보한 기술의 승리였으니까요.


댓글

jef · 2007/09/02 01:58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어줍잖은 글이지만 같은 맥락으로 작성해 본 제 졸필 포스트 트랙백을 보내봅니다.

object · 2007/09/02 03:08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픽션 중에 약간 지금의 상황과 맞지 않는 것이 있다면 예로 드신 기존에 A4/B5가 있었는데 갑자기 C시리즈가 나왔다는 것이겠네요. 오피스 포맷이 사용되기 이전에 널리 쓰이던 포맷은 hwp를 제외하고 없었습니다. 물론 로터스 같은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예로 드신 A4/B5처럼 널리 쓰인 적이 없었습니다. Hwp 역시 관공서나 사용했지 대부분의 회사 (외국회사들 포함)들은 오피스 포맷을 사용하였지요. MS가 기존의 포맷을 해치고 자기들의 포맷을 표준으로 만들자고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지 않나요?

그리고 ‘프로그램’도 아니고 ‘파일포맷’ 때문에 우리나라 정부가 차후에 바뀐 스펙 때문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야할 일도 너무 억지 추측이 아닐런지요? 조금 심하게 말하면 간단한 파일 컨버터만 있으면 되는 일 같은데 말이죠. 너무 낙관적이고 순진한 기대일까요?

Yozz · 2007/09/02 08:18

object님께: 죄송합니다. 잘못 선정된 표준이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것은 결코 가치중립적인 사안이 아님을 MS=HP, 정부=사용자 로 빗대어 구성해보았습니다만 억지가 있는 픽션이네요. 하지만 문서포맷 표준은 단순히 위의 예보다도 훨씬 복잡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더 많은 절대권력을 어느 한 회사에게 줄 수 있는 표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픽션 이상의 상황도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jef님께: jef님의 시나리오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저 역시 생각합니다.

돌삐 · 2007/09/22 17:33

잘 읽었습니다. 과장된 면이 일부 존재하지만, 픽션 그리고 허구에 대한 기준은 개인의 관점의 차이가 아닐런지요.

그날 잘 들어가셨습니까 ^^ 권용호 입니다. 저는 3시쯤 도착했습니다. 연휴 잘 쉬세요. 방명록을 찾을 수 없네요.